🧀 라따뚜이. 쥐가 요리를 한다고요?
처음엔 솔직히 웃겼습니다. 주방에서 가장 있어야 하면 안 되는 존재가 무엇일까요? 바로 쥐입니다. 그렇지만, 픽사는
바로 그런 점을 노렸겠죠? 미키마우스의 귀여운 쥐가 아닌 프랑스 시골에 존재하고 하수구를 오고가는 생쥐. 그 쥐가 주인공입니다.“쥐가 요리를 해?”라는 말에 저는 좀 당황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그 말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픽사니까요. 그냥 예쁘고 귀여운 이야기만은 아니겠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마음 깊숙이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레미는 주인공이지만, 미사여구 없이 그냥 쥐입니다. 하늘을 날지도 않고, 인간과 대화를 할 수도 없고, 어떤 초등력도 없어요. 쥐인데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걸 합니다. 망설이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가족이 반대해도, 위험해도, 그냥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게 너무 멋있어서,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어요. 저도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언제부턴가 그냥 포기하게 됐습니다. 이유는 하나가 아니에요. 주변인들의 눈치, 돈, 시간, 자존감… 복합적인 것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생활을 해야 삶은 유지가 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쥐인 레미는 본인의 꿈을 그대로 펼칩니다. 그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인간인 저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 “누구나 요리할 수 있어요.”
그냥... 레미가 부러웠습니다. 레미와 링귀니, 이상하지만 자연스러운 콤비 처음엔 이 조합이 너무 웃기게 느꼈습니다. 레미는 쥐고, 링귀니는 뭔가 어설픈 인간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서 하나의 팀이 됩니다. 서툴고 어색해 보이는데, 그래서 더욱 더 응원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레미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링귀니가 요리하는 장면은... 설정 자체는 황당한데, 왜 이렇게 감동적일까요? 하모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존재를 초월하여 편견에 갇히지 않고 감정이 통하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느꼈습니다. 영화 내내 반복되는 말이 있습니다. “Anyone can cook.” 처음엔 그냥 예쁜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픽사니까 따뜻한 교훈 하나쯤은 들어가 있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도 자꾸 이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이 대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 말이 정말 저한테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늘 “난 안 될 거야”라고 먼저 말해버렸거든요. 사실은, 제가 저를 제일 안 믿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주변인들의 평가,시선 때문에 그렇다고 스스로의 한계를 제한하고 겁쟁이처럼 숨어서 안전하지만 재미없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고. 그 장면, 그 표정
정말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그 장면이라면 이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식 평론가 ‘이고’가 라따뚜이 한 입 먹는 순간, 그 차가웠던 표정이 무너집니다. 어린 시절의 따뜻했던 기억 하나가 단단하게 쌓아온 그 사람의 자아를 흔듭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기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비 오는 날, 아무 말 없이 데려오시던 장면과 집에서 먹었던 집 밥 프랑스가 아니라 라따뚜이는 아니었지만, 김치찌개등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거 하나로 세상이 따뜻해졌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조금 서글펐습니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현재의 기억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는 합니다.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하면 현재의 나에게 그 영향을 강하게 미쳐, 내 행동의 변화를 꾀하게 하니 말입니다. 쥐도 했는데, 나는 왜… 레미는 생쥐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저는 인간이고요. 비교가 안 되게 더 많은 걸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미는 도전하고, 저는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머뭇거리는게 아니고 아예 포기했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이 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라도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심으로 무언가에 몰입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라따뚜이의 주제는 요리이지만 꼭 요리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꼭 요리가 아니어도 괜찮잖아요. 저만의 무언가. 저만의 요리.
이 영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저한테는 거울 같았습니다.
요즘 자존감이 자꾸 바닥을 치고, 무엇을 하든 자신이 없고,
계속 시도하려다 포기했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보는이에 따라서 감동 포인트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배경이 예쁠 수도 있고, 노래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라따뚜이는 그냥 보다 보면 마음이 살아나는 기분이 듭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나아진 기분입니다.. 제게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요리였던 것 같습니다. 서툴고 엉성하지만, 진심을 담아서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용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레미도 해냈는데, 저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