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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디 버드> 리뷰 - 찬란하게 불안한 성장

by 두두천사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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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사진

 

"나는 레이디 버드야!"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소개하는 17살 소녀 크리스틴 맥퍼슨에게 단번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촌스러운 듯 개성 넘치는 그녀의 이름처럼, 영화는 내내 예측 불가능하고 톡톡 튀는 매력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라는 배경, 가톨릭 고등학교를 벗어나 뉴욕의 멋진 대학으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 그녀의 간절한 외침은, 왠지 모르게 저의 10대 시절의 막연한 꿈과 오버랩되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레이디 버드는 완벽한 주인공은 아니에요. 때로는 철없고, 이기적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죠.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그녀의 진솔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억압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는 그녀의 몸부림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번쯤 경험했을 성장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엄마와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도 묘하게 느껴지는 애틋함은, 보고 있는 내내 마음 한 켠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섬세한 연출과 연기 앙상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연출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0대 시절의 불안함과 설렘, 좌절과 희망이라는 복잡한 감정들을 과장 없이, 마치 우리의 옆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그려냈어요. 특히, 레이디 버드의 감정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주변 분위기나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낸 연출은, 관객들이 영화 속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무엇보다 시얼샤 로넌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그녀는 레이디 버드라는 캐릭터를 단순히 연기하는 것을 넘어, 그녀 자체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냈어요. 불안하면서도 당찬 눈빛,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미소, 그리고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의 절절함까지, 그녀의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사를 자아냈습니다. 엄마 역의 로리 멧칼프와의 숨 막히는 연기 호흡 또한 빼놓을 수 없어요.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과 미묘한 감정 교류는, 모녀 관계의 복잡성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찬란하고도 불안했던 10대

<레이디 버드>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제 10대 시절의 기억 속을 헤매었던 것 같습니다. 엉뚱한 이름에 대한 반항심, 부모님과의 잦은 다툼,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서툴렀던 첫사랑의 기억까지... 영화 속 레이디 버드의 모습은, 어쩌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법한 성장기의 자화상과 닮아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영화는 단순히 10대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로는 실수하고 방황하더라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될 거라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듯했습니다. 촌스럽게 느껴졌던 고향 새크라멘토를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했던 레이디 버드가, 결국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감동과 함께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레이디 버드>는 제게, 찬란하고도 불안했던 저의 10대 시절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는 영화였습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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