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 아웃 2 – 감정이 너무 많을 때,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이 영화는… 음,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1역시 그렇지만 2도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보는 동안에는 그냥 웃다가,어느 순간 좀 멍해졌고, 이후엔 울었다가 끝나고 나선 한참 아무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근데 그 상태 자체가 되게…이 영화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이지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많아졌고, 그래서 복잡했고, 그래서 사람 같았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어린아이였던 라일리는 이제 13살이 됐습니다. 라일리가 자란 만큼 감정 본부도 리뉴얼됐습니다. 뉴 페이스의 등장으로 말입니다. 라일리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기쁨, 슬픔만 가지고 안 되는 나이로 자라났습니다. 불안, 질투, 수치심, 권위감 등 이 감정들 등장할 때부터 강력한 캐릭터들의 등장이라 생각했습니다. “아, 이제 진짜 다르구나.”
1편이 유치원생 마음이라면 이번엔 완전히 중학생의 마음입니다. 가장 강력한 사춘기의 등장으로 자아의 형성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어릴적의 내 마음이랑도 좀 비슷했습니다.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같이 가는 거다
불안. 너무 싫었는데, 불안 역시도 나입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처음엔 너무 얄미웠습니다. 모든 걸 계획하려 들고,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고, 뭐든 다 미리 걱정하고 독불장군 같은 캐릭터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점점 “아, 얘 나잖아…”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게 너무 싫고, 또 이해되고 그래서 혼자 좀 웃기기도 하고… 이 감정 묘사가 진짜 섬세하다 느껴집니다.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같이 가는 겁니다. 이 영화가 계속 말하는 건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존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너도 있구나” 하고 인정해주는 거 그 자체입니다. 불안도, 슬픔도, 질투도
그 외에 못난감정들도 사실은 나를 더 잘 알게 해주는 감정이라는 거 그 사실 자체가 좋았습니다. 늘 나는 좋은 감정 조이와만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하나의 감정과만 친구가 되는 것도 건강한 방법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같은 생각은 사실 모두가 하고 있는 되게 간단한 말인데, 되게 어려운 말이라 생각하지만, 그걸 픽사는 또… 너무 잘해냈습니다. 아이 영화인 줄 알았는데, 내 얘기였다. 가 픽사의 모든 영화 주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건 깜찍하고 아기들이 볼 법한 애니메이션이니까 귀엽고 예쁘고 그렇긴 한데 그 내용이 담고 있는 내용물들은 보다 보면 누구보다 더 한 현실입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자존감, 실망감, 기대, 실패 그 밖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 친구들 그게 너무 현실 같고, 너무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이라서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그냥… 진짜 내 얘기 같았습니다. 아니 내 얘기가 맞습니다.
그냥 느끼면 되는 영화
영화 다 보고 나서 정리 같은 거 못 했습니다만, 근데 마음은 정리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운 다음에 느껴지는 후련함도 함께 덤으로 얻고 말입니다. 이상하죠? 나도 그래요. 이 영화는 보는 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보고 나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나를 이해 할 수 있고, 나를 탓하지 않을 수 있고 그 모든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구나 받아들이고 깨닫게 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딱히 모든이에게 정답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이에 관점에 따라서는 뭘 저렇게 까지 행동을 하나? 스스로를 너무 피곤하게 몰아가고 있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게 봤습니다. 가장 정상인 캐릭터가 불안이며, 그 외에 모두 이상하게 느껴진다 라는 주변 반응도 재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는 그냥… 감정이 많아도 된다는 사실과 그 점을 인정하는 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감정과잉일 수도 있고, 초조해질수도 있고 남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나에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와서 세상이 다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 그럼에도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고마운 영화입니다. 인사이드아웃 3을 기다리며 리뷰를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