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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먹왕랄프> 리뷰 - 나도 나니까 괜찮아

by 두두천사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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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랄프 사진

 

 

나는 왜 항상 부숴야만 하는 걸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보통은 귀여운 공주나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일 확률이 높습니다. 근데 <주먹왕 랄프>는 조금 다릅니다. 게임 속 캐릭터, 그것도 ‘악역’이 주인공인 영화가 주먹왕 랄프입니다. 이 설정부터 이미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꼭 착하고 완벽해야만 사랑받는 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것이 들리는 듯합니다. 랄프는 고전 게임 ‘픽스잇 펠릭스’의 악역입니다. 건물을 부수는 역할이고, 주인공 펠릭스는 그걸 고치는 영웅이 따로 있습니다. 게임 속에선 이 둘이 항상 대결 구도로 나옵니다. 하지만 게임이 끝나고 플러그가 빠지면, 랄프는 늘 외톨이로 남습니다. 오직 랄프 만이 남습니다. 펠릭스는 사람들에게 환호받고 케이크 파티에도 초대받지만, 랄프는 쓰레기장 옆 벽돌더미에서 쓸쓸히 잠을 자고는 합니다. 그 장면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단순히 보자면, 각자의 역할을 맡았고 랄프는 부수는 게 일이었을 뿐인데, 그걸 이유로 모두가 그를 ‘나쁜 놈’으로 취급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냥 캐릭터일 뿐인데 왜 나는 이 역할밖에 못하지?” 이런 질문은 게임 속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가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랄프는 마침내 결심합니다. “나도 착한 놈이 될 거야. 나도 메달을 따서 인정받을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랄프의 ‘진짜 나 찾기’ 여정이 시작됩니다.

나쁜 놈이어도, 누군가를 위해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드디어 이 이야기의 두 주인공이 만납니다. 랄프의 모험, 그리고 바넬로피와 만났습니다. 랄프는 메달을 따기 위해 다른 게임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도중에 들어가게 된 게임이 바로 ‘슈가 러시’. 여기서 바넬로피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이 둘의 만남이 평범하진 않습니다. 랄프는 악역이고, 바넬로피는 오류 캐릭터입니다. 두 오합지졸의 조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바넬로피는 게임 세계에서 ‘버그’ 취급을 받는 존재입니다. 실제로 지지직거리고, 그녀의 존재 자체가 계속해서 버그가 일어납니다. 레이싱 경기에 나가고 싶어도, 모두가 그녀를 밀어내고 심지어 출전 자체를 막아버립니다. 그런 바넬로피와 랄프는 어쩌면 서로 닮아 있습니다. 하라는 대로 살지 않으면 이상한 존재가 되고,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나면 시스템이 오류라고 말하는 세계입니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바넬로피는 랄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랄프, 넌 나쁜 놈이 아니야. 그냥… 너는 너야.” 그 말이 정말 찡했습니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으로 판단받고 상처받던 랄프가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달라서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넌 너대로 괜찮아”라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힘이 됐을까 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착한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넌 너만의 방식으로 특별하니까

영화 후반부는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감정선이 풍부해집니다. 바넬로피를 보호하기 위해 랄프가 선택한 행동은, 단순한 ‘히어로의 전형적인 희생’이 아닙니다. 그건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장면입니다. 랄프는 결국 바넬로피가 ‘버그’가 아니라는 걸 밝혀내고, 그녀가 진짜 레이서로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자신도 더 이상 ‘나쁜 놈’이 아니라, 자기 역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 영화가 멋진 이유는 랄프가 결국 “좋은 놈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여전히 건물을 부수는 일을 하고 있고, 여전히 게임에선 악역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역할’로 받아들입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그제야 사람들이 랄프를 보기 시작합니다. 랄프 역시,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됩니다. <주먹왕 랄프>는 결국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다 지치고,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영화는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괜찮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그 자체로 의미 있어.”

 

디즈니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정말 능합니다. <주먹왕 랄프>는 보기엔 단순한 게임 속 세계 같지만, 그 안엔 우리가 매일 겪는 사회의 구조와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이건 ‘어른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지만, 혼자 조용히 보고 나면 마음이 말랑해지는 영화. 그리고 끝나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 집니다. “나도 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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