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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클라베>리뷰 - 종교, 정치, 스릴러

by 두두천사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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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사진

 

종교, 정치, 스릴러 라니. 이 세단어가 함께 있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콘클라베라는 단어 역시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낯설고 새로운 조합을 이루어진 영화 콘클라베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2024년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종교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 콘클라베는  정치, 권력, 인간의 양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남습니다.

 

전 교황이 돌아가신 후 새로운 교황을 뽑는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열립니다. 이 장엄한 의식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신념의 충돌, 그리고 오직 소수의 인물들만 알고 있는 진실의 파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관객을 더 깊은 긴장 속으로 끌고 갑니다.

겉으로는 종교 믿음, 속으로는 권력 정치

바티칸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무게는 존재합니다. 하얀 옷을 입은 남자들, 묵주를 쥔 손, 천장 위의 거대한 성화들. 그 모든 경건함 속에 있는 건 놀랍게도 치열한 계산, 전략, 그리고 침묵 속 정치입니다.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기표는 수작업으로, 투표는 익명으로 이뤄집니다. 이론상으로는 오직 신의 뜻만이 작용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말합니다. “그곳엔 신보다 더 많은 인간이 있었다”라고 말입니다. 등장하는 추기경들 대부분은 각자의 ‘뜻’을 가지고 있고,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이 속한 그룹의 미래도 달라집니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사람이 바로 포스터에 크게 나온 인물 딘 잉글리시 추기경입니다. 고요한 내면의 관찰자로서 이야기는 그의 시선에서 시작되고, 그의 혼잣말과 회고를 따라 흐릅니다. 처음엔 그저 겸손하고 조용한 인물 같지만, 점차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는 이 세계의 중심으로 천천히 이동합니다. 추기경들의 이면을 알게 되고, 예상치 못한 서류와 기록을 마주하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과거를 파헤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믿음과 충돌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딘 잉글리시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선’의 대변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는 혼란스럽고, 두려워하고, 어떤 선택이 옳은지를 끝까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런 인간적인 약함이 영화 전체의 몰입도를 높이고, 관객 역시 그와 함께 이 회의실 안을 걷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숨겨진 진실들

영화의 전개는 빠르지 않지만, 매 장면마다 작은 떨림이 있습니다. 그건 말이 아닌 ‘시선’, ‘침묵’, ‘잠깐의 멈춤’에서 느껴지는 떨림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결정적인 비밀 하나. 교황청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그 진실은, 단순히 인물의 과거를 넘어서 신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졌던 진실을 얼마나 외면해왔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영화는 단순한 종교 영화의 경계를 넘어섭니다.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말할 수 있는가?” “그 진실이 체제를 흔든다면, 우리는 침묵을 선택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너무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콘클라베는 침묵이 더 큰 소리로 울리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미덕은 ‘과하지 않음’입니다. 웅장한 성당도, 고요한 성가도, 화려하지 않은 카메라 워크도 모두 이 이야기에 맞게 ‘절제’되어 있습니다. 주제 특성상 바티칸이라는 공간은 거의 한정되어 있습니다. 폐쇄된 바티칸 회의실, 정적이 흐르는 식당, 마치 수도원 같은 침실,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교황청의 풍경. 이 모든 장면들이 무언가 신성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음악은 거의 들리지 않지만, 그 조용함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켜 줍니다. 관객 스스로 상상하고,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게 만들어 줍니다.

신의 자리에 선 인간들, 그리고 인간을 시험하는 신

<콘클라베>는 영화적 자극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마음속에 아주 조용한 파문이 생깁니다. 그건 단순히 ‘누가 교황이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말하면서도, 얼마나 인간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반성 같은 것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딘 잉글리시 추기경의 눈빛은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건 단지 종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책임과 진실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무겁고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영화. 정치극이면서도 종교영화 같고, 스릴러이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품은 영화. <콘클라베>는 그런 작품입니다. 묵직하게 다가오다가 한 방이 있는 영화를 찾으시다면, 콘클라베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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