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쁘다는 게 다일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냥 가볍게 넘겼던 영화습니다. 이때쯤 로맨틱 코미디가 유행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제목부터 좀… 뭐랄까, 너무 대놓고 ‘퀸카’라니 웃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니까, 그냥 웃고 넘기기엔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남고, 생각의 전환이 생깁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하이틴 영화를 넘어선 그 안에 진짜 사람 이야기들이 꽤 많이 숨어 있습니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간에 말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절대 안 보이는 것들 주인공 ‘케이디’는 정글에서 살다 갑자기 고등학교라는 ‘다른 종류의 정글’에 입성한 인물입니다. 보다 하이차원의 정글로 이동해서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인물이죠. 그리고 거기서 사회가 정해놓은 ‘계급’과 ‘질서’라는 걸 처음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성장물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인간이 왜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지’,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는 순간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아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정말로, 케이디가 퀸카 집단에 들어가고, 그 세계의 규칙에 익숙해지고, 결국 그 안에서 완전히 동화되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서 행동하는 캐릭터로 변해 갑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내 학생때는 어땠지? 레지나였을까 케이디였을까? 아니면 그 외에 인물들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묻고 있었습니다. 그럼 학생이 아닌 지금은? 과연 지금은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 모습으로 살고 있었던 걸까?”
예쁘다는 건, 강력하지만 위험한 무기
이 영화는 ‘예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정확히는, ‘예쁘고 인기가 많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레지나 조지’는 압도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로 무장한 인물이지만,그 안엔 취약함과 결핍이 가득 차 있습니다.
모두가 그녀를 부러워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반대로 케이디는 처음엔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차츰 예쁘다는 걸 무기로 삼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원하는 걸 얻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도, 사랑도, 자신마저도 잃게 됩니다. 저는 레지나보다는 케이디에 더 이입해서 봤습니다. 보면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이렇게 하면 괜찮아 보이겠지’ 하고 행동했던 때 말입니다. 되게 조용히 반성하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까지 했을까? 이야기는 말장난처럼 빠르게 오가고,패션과 유행은 시대가 지나서 좀 촌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진지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하이틴’이나 ‘퀸카 싸움’이 아니라, ‘진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영화 같습니다. 진짜 퀸카는 뭐냐고 묻는 마지막 장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케이디의 변화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으니까, 어릴 땐 몰랐던 어떤 감정이 생겼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이 조용히 피어났습니다.
이 영화의 제일 큰 질문을 고민해 봤습니다. ‘나답게’라는 말, 쉽게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이 영화가 보여줍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모르겠는데 누군가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그 시간들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슬프기도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케이디가 성장했듯 저 역시 성장해서 다행입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본다면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학창 시절에 봤을 땐 그냥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근데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그땐 왜 그렇게 누가 날 어떻게 볼까에만 집중했을까?” “그때 나는 진짜 내가 맞았을까?” 이런 생각들의 여지를 던져줍니다. 그냥 학창 시절의 유행 영화, 하이틴 코미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땐 몰랐던 이야기들이 보이고,그땐 웃기기만 했던 장면들이 지금은 약간 아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그 점을 귀엽고, 가볍지만 정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질문들은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레지나 조지’들을 보고 살고 있습니다. SNS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때로는 거울 속에 있습니다.그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걸 잊지 않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내가 누군지 잊지 마 라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10대 때는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진짜 멋지게 사는 사람’은 겉모습이 아니라 중심이 단단한 사람' 이 아닐까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