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파묘>리뷰 - 무속, 오컬트, 스릴러

by 두두천사 2025. 4. 14.
반응형

파묘 사진

건드리면 안  되는 이야기

<파묘>는 보기 전부터 뭔가 불길했습니다. 제목부터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무언가 ‘건드리면 안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불쾌하고 깊은 긴장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쌓아 올립니다. 저는 보통 공포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 앞서거나, 비논리적인 전개에 몰입이 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파묘>는 달랐습니다. 전체적으로 서사 구조가 치밀하고, 캐릭터 행동도 납득이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분위기 연출이 탁월했습니다. 과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강하게 누르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정제된 공포’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속, 장의, 풍수… 각기 다른 시선이 하나로 모일 때 생기는 충돌

이 영화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무당, 풍수사, 장의사 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보통은 따로따로 다루는 인물들이 한 팀으로 움직입니다. 이 셋은 공통적으로 ‘죽음’을 다루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무속은 영적인 감각, 풍수는 논리와 지형, 장의는 실무적인 죽음의 절차를 다루죠. <파묘>는 이 세 분야가 얽히면서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각자가 믿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접근하지만, 결국 도달하는 곳은 같았습니다. ‘그 무덤은 파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돈은 받았고, 발을 들였습니다. 나가기에는 모두 늦었습니다. 공포가 아니라 ‘불편함’이 중심에 있는 영화입니다. <파묘>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호러영화와 다릅니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피가 낭자하거나,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는 장면은 없습니다. 약간의, 기괴함과 호러는 물론 있지만, 저는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철저히 ‘분위기’로 공포를 만듭니다. 빛, 소리, 공간, 침묵. 이 네 가지가 조합돼서 관객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옵니다. 특히 조명의 활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장면 전환 없이도 빛의 색과 방향만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연출이 굉장히 단정했고,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누군가 과하게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현실 같고, 더 무섭습니다. 실제 무당도, 장의사도 그렇게 오버하지 않을 겁니다.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더 서늘했습니다.

파묘는 단지 ‘무덤을 파는 일’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파묘’는 상징입니다. 그냥 땅을 파는 게 아닙니다. 지워버렸던 과거, 묻어뒀던 죄, 무시하고 살아왔던 진실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군가의 요청으로 무덤을 옮기러 가지만 결국은 그 무덤이 아니라, 자신들의 내면을 파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객에게 단순한 ‘놀람’보다 ‘불편함’을 더 크게 줍니다. 정리하자면 <파묘>는 '보여주는 공포'보다 '떠오르게 하는 공포'에 가깝습니다. 보는 순간도 무섭지만, 보고 나서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구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깨지지 않았습니다. 서사의 맥이 분명했고, 인물들의 행동에도 논리적인 흐름이 있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무당이 한 말을 풍수사가 반박하고, 장의사가 그걸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장면이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또한, 공포 연출을 위한 억지 설정이 없었습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포 영화가 설득력이 없으면 몰입이 깨지는데, 이 영화는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수준을 지켰습니다. 그게  큰 장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파묘>는 잘 만든 오컬트 스릴러입니다 한국 오컬트 영화 중에서 이 정도로 정리된 구조와 연출을 가진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비명 지르는 장면이 없다고 긴장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귀신이 자주 안 나온다고 덜 무서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절제된 공포, 정제된 연출이 더 큰 몰입을 만들어냈습니다. 가볍게 보기보다는 조금은 집중해서 봐야 할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게 있습니다. 보고 나면, 여러 장면이 계속 떠오릅니다. 그런 영화, 많지 않습니다. 그 안에 뭔가 험한게 튀어나왔다고 라는 대사처럼 말입니다. 무덤을 파는 영화가 아니라, 사람 마음속을 파헤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지 요새 또 한 번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