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진짜 그냥 봤습니다. 딱히 볼 거 없고, 시간 맞는 게 이거여서 골랐거든요. 생각난 김에 VOD로 다시 보고 왔습니다. ‘혹성탈출’ 또 나왔네~ 옛날엔 재밌었지...그 정도였습니다. 근데 와... 지금 리뷰 쓰는 이 순간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조용한데, 묵직하게, 확 다가옵니다. 보고 나와서 그냥 멍하니 걸었어요. 말도 하기 싫고, 음악도 안 들리고. 그냥 생각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시저는 갔고, 시대가 바뀌었네요
시저 이야기 끝난 줄 알았습니다. 흑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근데 그 이후 이야기예요. 수백 년 후. 이제 유인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고, 인간은 거의 멸종 직전입니다. 남아있는 인간은 인간이라기 보기 어려운 인간들뿐입니다. 언어를 할 수 없고 짐승처럼 사는 인간들만이 보입니다. 처음엔 되게 신기했어요. “유인원들이 이렇게 발전했어?” 싶은데, 보다 보면 깨닫습니다. 사람이나 유인원이나 결국 똑같구나 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권력 생기고, 착한 척하는 애 있고, 뒤에서 수 싸우는 애 있고 인간이랑 똑같습니다. 진짜, 종만 바뀌었지 사회 구조는 우리가 사는 거랑 별 차이 없는 모습을 보며,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생각했습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새 주인공의 이름은 노아입니다. 노아, 이 친구… 나보다 더 사람 같았어요. 이번 주인공은 ‘노아’라는 유인원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별 느낌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유인원이니까 말입니다. 그냥 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애 같아 보입니다. 근데 인간 소녀 한 명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말도 안 통하고, 전혀 다른 존재인데…자꾸 마음이 끌리기 시작합니다. 이유도 모르겠고, 설명도 안 되는데, 그 감정은 진짜입니다. 보는 내내, “아 얘 지금 무섭겠다, 헷갈리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노아의 감정에 함께 동화되어 가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노아가 출렁일 때 제 감정도 함께 출렁이더라고요. 얘 유인원 맞죠? 근데 계속 보다 보면 그냥 사람 같아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습니다.
무성영화 같은 느낌
노아랑 그 인간 소녀, 둘이 말 거의 안 합니다. 정확히는 못 합니다. 하지만, 어쩜 그 침묵에서 그렇게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없으니까 더 집중하게 되고, 눈빛, 숨소리, 손짓 이런 걸로 전달이 훨씬 잘 됩니다. 진짜요. 한 장면에서 둘이 그냥 조용히 마주 서 있기만 했는데, 눈물이 핑 도는 거예요. 감정이 밀려와요. 설명할 순 없는데, 그 감정이 너무 꽉 찼습니다. CG? 그냥 배우 같았어요. 진심 이건 시리즈 내내 말이 많았잖아요. 흑성탈출 = CG 찢었습니다. 근데 이번엔 정말 사람이라고 해도 믿었을 겁니다. 노아 얼굴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진짜 감정을 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눈빛…CG에서 어떻게 그런 눈빛이 나오지? 배경도 말이 안 됩니다. 숲, 폐허, 바다, 마을… 특히나 그 바다를 배경으로 했던 모든 신들은 케리비안의 해적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디테일이 그냥 예술이에요. 한 컷 한 컷이 그림 같고, 공간 안에 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진짜 몰입감 대박입니다.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 모르겠어요
이 영화, 그게 제일 좋습니다. 흑백이 없습니다. 선악도 없습니다. 유인원 사회도 엉망이고, 인간도 어딘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근데 누구 하나를 편들 수 없어요. 다 자기 입장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게 너무 현실 같았어요.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누가 절대 선이고 절대 악이고… 그런 거 없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그걸 되게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결말 얘기 안 할 수 없죠 스포는 안 하겠지만, 마지막 장면…그거 진짜…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끝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게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기분입니다. 정리된 것도 아닌데, 묘하게 마음이 무겁습니다. 잔잔한데, 계속 떠오르고,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에 짧게 보여주는 실제 영상 있잖아요? 그거 보고 심장 ‘쿵’ 했어요. 이거 그냥 영화 아니구나. 이야기 속 얘기가 아니구나. 그런 느낌입니다. 정리할게요. 진짜 솔직하게 유인원이 주인공인데 사람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액션보다 감정이에요. 분위기로 몰입되는 영화이며, CG는 그냥 예술입니다. 서로 대사를 나누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에 울컥합니다. 끝나고 멍합니다. 오래 남습니다.
“가볍게 봤는데,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이런 영화 흔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