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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WISH>리뷰 - 나의 소원, 별

by 두두천사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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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사진

 

디즈니가 100주년을 넘어섰습니다. 100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고, 그중엔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동화 같은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긴 시간의 끝에서 등장한 영화가 바로 <위시(Wish)>입니다. 단순히 또 하나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디즈니라는 브랜드가 지금 이 시점에 전하고 싶은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하지만 깊게,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위시>는 그렇게 우리 마음속 ‘잊고 있던 소원’을 다시 꺼내보게 만들어줍니다.

“당신은 지금, 진심으로 뭔가를 바라고 있나요?”

영화의 배경은 ‘로사스 왕국’. 이곳의 사람들은 매그니피코 왕에게 자신의 소원을 바치고, 왕은 그중 일부를 골라 ‘이뤄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원만 선택해 실현시켜 줍니다. 처음엔 이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꿈을 관리한다’는 개념은 굉장히 디즈니답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오늘날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꿈. ‘승인받은 욕망’만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구조 말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통해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원하는 건 진짜 당신의 소원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소망인가요?” 처음엔 왕이 마치 수호자처럼 보였지만, 그가 꿈을 고르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점점 꿈이 자유가 아니라 통제의 수단이 되어버리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주인공 ‘아샤’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아샤는 왕국의 평화를 믿고, 소원이 곧 희망이라는 믿음을 품고 자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왕의 이면을 보게 됩니다.

어떤 소원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어떤 소원은 ‘위험하니까’라는 이유로 억눌러지며, 결국 소원을 잃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바랐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아샤는 묻습니다. “우리가 소원을 품는 이유는, 그걸 지키기 위해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아닌가요?” 아샤는 왕에게 맞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녀는 “소원은 누가 대신 이뤄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믿고 쫓아가는 것”이라고 외칩니다. 아샤의 용기가 보이는 순간입니다. 아샤는 단순한 디즈니 공주가 아닙니다. 그녀는 누군가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신념을 품은 순간, 작은 빛 하나가 그녀의 머리 위에 떠오릅니다. 마치 별처럼 말입니다.

별이라는 상징, 그리고 그 눈부신 메타포

<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별(Star)’입니다. 포스터에서 보이듯이 위시는 작은 존재입니다. 말도 못 하고, 작고, 그냥 귀여운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별은 아샤의 진심이 하늘에 닿았을 때 ‘현실에 나타난 희망’ 그 자체입니다. 별은 말없이 빛으로 감정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빛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진짜 소원을 하나씩 비추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들을 보며 디즈니가 정말 멋진 메타포를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진심은 언젠가 닿는다. 작고 말 없는 희망도, 진짜 믿는 마음 안에선 언젠가는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디즈니가 오랜 시간 말해온 ‘별을 따라가라’는 메시지가 이번 영화에서 아주 정제된 감정으로 표현된 듯합니다. 전통과 실험, 그리고 디즈니가 걸어온 100년의 대화. <위시>의 그림체는 처음 보면 조금 낯섭니다.  2D 느낌과 3D가 공존하고, 색감도 다채롭다기보단 수채화처럼 부드럽죠. 이건 디즈니가 과거의 방식과 현대의 기술을 함께 녹이려는 의도가 담긴 시도입니다. 100년의 역사, 그 수많은 주인공들, 그들 하나하나가 어떤 ‘소원’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위시>는 디즈니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관객들에게 전하는 “우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디즈니의 상징적인 캐릭터들의 실루엣’은 진짜 팬이라면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곁에 있어준 수많은 소원들에 대한 감사와 인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 나도 나의 소원을 다시 꺼내 봅니다

<위시>는 아주 조용한 영화입니다. 속도감 넘치는 액션도 없고, 반전의 재미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진짜 원하는 걸 간직하고 있나요?” “그리고 지금도 그것을 향해 가고 있나요?” <위시>는 단지 ‘꿈을 꾸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꿈은 꾸는 게 아니라 지켜내는 거예요.” 디즈니는 100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왔지만, 아마도 이 작품만큼 ‘소원’이라는 단어에 진심이 담긴 영화는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도 문득 저만의 별 하나를 떠올려 봤습니다. 어릴 적 품었던, 어른이 되면서 놓았던, 그 작고 빛나던 바람 하나를 떠올리며 말입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게 되신다면, 당신도 그 별 하나를 다시 꺼내게 되길 바랍니다. 오늘 당신에게도 별이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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